스펙터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레이첼이 말하지 않은 감정을 상상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관찰에서 시작해 실험과 협업으로 이어지는 디자인 철학과 스펙터다운 일하는 문화를 만나보세요.
디자인은 자주 오해 받습니다. ‘화면을 예쁘게 다듬는 일’ 또는 ‘기능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일’이라고요. 하지만 스펙터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는 레이첼(이언송)은 디자인을 사람의 말보다 말하지 않은 것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일로 설명합니다.
관찰에서 시작해 감정에 닿고, 다시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레이첼의 일하는 방식을 소개합니다.
1. 관찰로 시작하는 디자인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펙터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스펙터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레이첼(이언송)입니다.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서비스 흐름을 설계하고, 피드백 시스템과 채용 과정에서 유의미한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하게 된 배경과 지금까지 커리어 여정을 짧게 소개해 주세요.
처음엔 콘텐츠 기획과 브랜딩을 중심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점차 문제 해결의 본질에 더 깊이 개입하고 싶어져서 프로덕트 디자인으로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사용자의 감정과 행동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에 매력을 느껴, 지금은 B2B SaaS 제품에서 실질적인 경험 개선을 고민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있다면요?
#관찰자 #맥락에 민감한 사람 그리고 #사용자의 감정을 고려하는 디자이너
저는 관계든 제품이든 '왜 이런 흐름이 나왔을까?'를 자연스럽게 분석하고,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부분을 더 신경 쓰는 편이에요.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할 때도 단순히 기능을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상황에서 사용자가 어떤 감정을 느낄 지를 함께 고민합니다. 사람 중심의 시선으로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2. 환경의 전환, 속도 신뢰
스펙터에 합류하기 전, 어떤 환경에서 일하셨나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조직에서 일하며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안정된 업무 흐름 속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의사 결정이 느리고, 실험보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문화가 강해 새로운 방향을 제안하는 데 제약이 있었어요. 특히 사용자 중심의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실제 반영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환경을 원하셨어요?
커뮤니케이션이 유연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빠르게 실행해볼 수 있는 곳이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학습의 기회로 삼는 조직문화, 그리고 팀원 간 신뢰를 바탕으로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이 일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맥락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환경을 기대했습니다.
스펙터는 레이첼이 원했던 그런 환경인가요?
실험과 실행 속도가 빠른 점이 저와 가장 잘 맞는다고 느껴요. 아이디어를 공유했을 때 팀에서 열린 자세로 논의하고, 실제로 빠르게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큰 동기부여가 되고요. 또 연차보다는 '문제 해결'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도 더 솔직하고 주도적으로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3. 감정을 상상하고 설계하는 디자인
스펙터는 ‘고객 중심’을 기본에 둡니다. 디자이너로서 ‘고객 중심’을 어떻게 해석하시나요?
‘고객 중심’은 단순히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이 말하지 않은 니즈와 감정까지도 상상하고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고객을 ‘데이터’가 아니라 ‘맥락 안의 사람’으로 보는 관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실제 디자인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나요?
저는 사용자의 감정을 고려한 디자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단순히 기능이 잘 작동하는 것 이상으로,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를 고민합니다. 특히 낯선 경험에서 오는 불안감, 혼란, 혹은 작은 즐거움까지도 세심히 관찰하며 디자인에 반영하려 노력합니다. 그래서 고객의 말 뒤에 숨은 의도, 행동의 배경, 감정선까지 파악하려 노력하고, 그것을 디자인에 녹여내려고 합니다.
4. 협업의 깊이와 성장
최근 면접봇 TEO 프로젝트에 참여하셨는데요. 다른 팀과의 협업 과정은 어땠나요?
스펙터에서는 디자이너, PO, 개발자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가는데 이 과정이 자연스러워 놀랍기도 했고 인상 깊었어요. 기획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구현 가능성과 사용자 흐름, 비즈니스 우선순위를 동시에 조율할 수 있었고, 덕분에 빠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Cross-functional 회의에서 PO가 시장성과 전략을 공유하면, 개발자는 기술적 제약을 이야기하고, 저는 그 사이에서 사용자 관점과 사용성의 균형을 고민하며 대안을 제안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누구도 자기 관점만 고집하지 않고 ‘문제를 어떻게 잘 풀 것인가’라는 공통의 목표에 집중했어요. 덕분에 비즈니스 임팩트, 개발 리소스, 사용자 경험을 한 번에 고려하는 균형 잡힌 결정이 가능했고, 결과적으로 제품 완성도도 높아졌다고 느낍니다.
이런 과정으로 탄생한 TEO의 런칭 결과, 인상 깊은 데이터나 피드백이 있었나요?
면접관 교육에 시간과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TEO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피드백이 기억나네요. 빠르게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 스타트업이나 규모가 작은 팀에서는, 충분한 준비 없이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일관성 없는 지원자 경험이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많아요. 이런 문제를 겪는 기업들이 TEO의 면접관 피드백 기능과 맞춤형 교육 커리큘럼 추천으로 면접 과정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어요.
결과적으로, 단순한 기능 제공을 넘어서 조직의 면접 문화 자체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반응이 이어졌고, 이는 우리가 TEO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변화와도 맞닿아 있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 과정과 결과가 레이첼에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이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사고의 폭이 한층 넓어진 것 같아요. 단순히 ‘어떤 기능을 추가할까’를 넘어서, ‘무엇이 사용자와 비즈니스에 실질적 임팩트를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로드맵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라도 미뤄야 할 때도 있었고 예상보다 빠르게 실현해야 할 기능도 있었는데요. 그 판단 기준이 유저 피드백이나 경쟁사 비교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해결하려는 본질적인 문제에 얼마나 가까워지는가를 중심에 두게 되었습니다.
5. 문제를 풀 수 있는 용기
업무 루틴이나 자주 사용하는 툴이 있나요?
주로 Figma를 사용하고, Jira로 흐름과 인사이트를 정리해요. 개인 루틴으로는 매일 아침 30분 정도 전날의 작업 내용을 정리하고, 남은 과업을 리마인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디자인은 생각보다 감정 노동이 많은 일이어서, 특정 니즈에 너무 잠식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제 관점을 되짚는 시간을 만들려고 해요. 디자인이 흐름 속에서 왜곡되지 않도록 스스로 중심을 잡는 루틴이기도 합니다.
어떨 때 스펙터에서 성장했다고 느끼나요?
팀원들과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받고, 커뮤니케이션으로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경험이 쌓이면서 혼자 끙끙 앓지 않고 열려 있는 태도로 일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지금은 ‘문제를 풀 수 있는 용기’가 곧 성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6. 스펙터다운 디자인이란
레이첼이 생각하는 ‘스펙터다운 디자인’이란 어떤 모습인가요?
‘예쁘고 편리한 화면을 넘어, 우리 팀의 문제 해결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드러나는 디자인’
먼저 ‘스펙터답다’는 것은 다양한 조직이 각자의 방식대로 쓸 수 있도록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조직이 동일한 방식으로 일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자신들의 맥락에서 쉽게 녹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또 스펙터는 빠른 실험, 명확한 판단 기준, 고객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요. 우리의 프로덕트는 채용이나 피드백 등 다소 민감한 주제라 사용자가 심리적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랙션 하나, 문장 하나를 설계할 때도 ‘이 제품은 당신의 편에 서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스펙터다운 디자인’은 우리 팀의 철학, 사용자의 현실, 그리고 제품이 다루는 주제의 민감성을 모두 균형 있게 담아낸, 정서적이고 전략적인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스펙터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스펙터의 정체성을 더욱 또렷하게 담은 프로덕트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평가라는 어려운 주제를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흐름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보고 싶습니다. ‘말하기 어렵고, 듣기 불편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성장 시키는 대화’가 될 수 있도록요.
스펙터가 궁금해진 디자이너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정답보다 질문을 더 많이 던지는 팀, 실수보다 의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팀, 그게 스펙터예요.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일하고 싶다면, 여기는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곳입니다.
우리 팀에서 만나길 기다릴게요 :)
레이첼의 이야기는 디자인이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과 팀, 문제를 함께 깊이 바라보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스펙터는 그런 과정을 기꺼이 함께할 수 있는 동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 당신과도 이 질문들을 함께 나누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