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를 살피느라 아무 말도 못 하게 된 조직의 이야기
팀장의 말
피드백 주고 싶어도 괜히 잔소리처럼 들릴까 봐요. 물어보면 말해달라곤 하지만, 본인이 문제 있다고 느낄 때만 받아들이잖아요. 진짜 문제는 뭘 모르는지도 모를 때인데… 이것저것 신경 쓰기 귀찮으니까, 그냥 안 하게 되더라고요.
팀원의 말
일은 주는데 설명은 없고, 결과에는 “잘했어” “별로였어” 정도예요. 그러니까 뭘 고쳐야 할지 모르겠어요. 피드백도 감정 따라 달라요. 기분 좋으면 말도 부드럽고, 안 좋으면 신경 안 쓰고 막 하죠. 그래서 눈치 보다가 말 안 하게 돼요.
팀장은 괜히 어긋날까봐 말을 아끼고, 팀원은 눈치를 보다 결국엔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는 피드백이 부족한 게 아니라, 서로의 기분을 너무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것 아닐까요?
피드백의 부재
요즘 HR담당자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우리 조직엔 피드백이 없어요”입니다. 말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회의에서도, 메시지에서도, 메신저에서도 일에 대한 의견이 오갑니다. 다만 정작 “이 말은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전달된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피드백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칭찬도 아니고, 지적도 아니며, 단순한 확인이나 지시도 아닌 말. 함께 더 잘하기 위한 말이 비어 있는 조직은 의외로 많습니다.
솔직한 말 대신 ‘조용히 지켜보는’ 분위기
피드백이 어려운 건, 실무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팀장이 팀원에게 말을 꺼낼 때도, 대표가 조직 전체에 메시지를 전할 때도, 조직 안에서 무언가를 ‘정확하게 말하고, 잘 전달하고,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일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라”는 조직의 기대와 “괜히 말 꺼냈다가 어색해지면 어쩌지”라는 개인의 두려움 사이에서 많은 피드백이 사장됩니다. 그래서 '피드백 문화'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조용히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조직 안에 더 강하게 깔려 있게 됩니다.
제도는 있는데, 피드백은 없는 이유
그래서 일부러 피드백을 위한 제도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개선합니다. 매월 1:1 미팅을 하기도 하고, 피드백 카드나 시트를 배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럴 수록 사람들은 금방 피로를 느끼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왜일까요?
피드백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감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대화를 중립적으로 정제하는 데는 높은 언어 역량과 시간,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특히 바쁜 스타트업이나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일수록, 피드백은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로 밀려나게 됩니다.
피드백은 용기가 아니라 구조
그런데 피드백이 꼭 리더의 몫이어야 할까요? 혹은 업무 평가처럼 특정한 사람, 특정한 시점에만 주어지는 일이어야 할까요? 우리는 피드백을 리더의 책임이나, 특정한 순간에만 등장하는 일로 오해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피드백은 전사적으로 오가야 한다’는 관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피드백을 ‘소통 방식’이 아니라 ‘업무 방식’으로 정의하는 조직일수록 협업의 질이 높아지고, 구성원의 몰입도도 높아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업무 방식’으로서의 피드백은, 일하는 과정 속에서 대화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피드백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기획안 리뷰나 디자인 검토 회의에서 단순히 결과를 보고받는 것이 아니라, “이 구조는 왜 이렇게 잡았나요?”, “이 방향이 사용자에게는 다르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와 같은 질문과 제안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이처럼 피드백이 별도의 행위가 아닌 일의 일환이 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평가나 비판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함께 잘하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입니다.
피드백의 기준
좋은 피드백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습니다.
감정보다는 사실에 기반합니다.
“기획안이 별로였어요”보다는 “기획안에 타깃 페르소나 설명이 없어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처럼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야 합니다.
실행 가능해야 합니다.
듣는 사람이 “그래서 뭘 해야 하지?”를 묻게 만드는 말은 피드백이 아니라 평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계를 해치지 않아야 합니다.
피드백이란 결국 팀워크를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말의 목적은 '지적'이 아니라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말의 구조는 다를 수 있지만, 이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할 때 비로소 조직 안에서 피드백이 ‘기능’하기 시작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의 필요
무엇보다 필요한것은 ‘심리적 안전감’입니다. 피드백은 기술보다 분위기입니다. 미팅 시간이나 말 잘하는 법, 피드백 템플릿보다 그 말을 꺼낼 수 있는 조직의 문화적 감도가 더 중요한데요. 서로의 발전을 위한다는 신뢰가 있을 때 비로소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피드백을 잘 주는 조직보다, 말해도 되는 분위기를 만든 조직이 결국 더 빠르게 피드백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조직 문화,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잘 합치될 때 피드백도 가능합니다.
피드백 문화, 지금 어디쯤 와 있나요?
지금 우리 팀은,
누가 누구에게 피드백을 주고 있나요?
이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없다면,
그건 피드백이 멈춰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 조직문화 담당자라면, 이렇게 활용해보세요
이 글은 단지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정리한 글이 아닙니다.
이미 그 중요성을 알고 있는 담당자 입장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읽고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질문 도구로 쓰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활용해보셔도 좋습니다:
📌 팀 미팅이나 1:1 직전, 리딩 자료로 공유해보세요.
글을 함께 읽고 “우리 팀은 지금, 누가 누구에게 피드백을 주고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열릴 수 있습니다.
📝 조직 진단이나 피드백 문화 설계 워크숍의 도입 자료로 사용해보세요.
‘제도는 있는데 왜 피드백은 없는가’라는 물음을 정리하고,
구성원 각자의 경험을 끌어낼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피드백이 막히는 순간들’을 나누는 세션의 출발점으로 삼아보세요.
글 속 문장들을 인용해, 구성원 스스로 “나도 저랬어”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질문 하나가, 조직의 말하는 방식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는데요. 이번 콘텐츠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LINA 서비스 소개 받기